사회공헌 자료

<사회혁신 포커스 리뷰 12호> 생물다양성 감소와 ESG, 기업의 경영전략


생물다양성 감소와 ESG,
기업의 경영전략
최남수

서정대 호텔관광과 교수

최근 ESG의 환경 이슈 가운데 하나로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생물다양성은 동식물 종의 다양성, 같은 종 내의 유전적 다양성, 환경, 즉 생태계의 다양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말이 중요해진 이유는 생물다양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인류의 삶과 경제에 위기 신호가 켜졌기 때 문이다. 이른바 ‘생물다양성 손실’ 이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그동안 인류의 활동은 토지 의 75%와 해양 환경의 66%를 심각하게 변화시켰고, 수백만 종이 멸종 위기에 직면하는 등 동·식물 종 25% 가량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생물다양성 손실의 나비 효과

 

특히 지난 1970년 이래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가 평균 6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류가 환경에 압박을 가함으로써 생물다양성이 상실되는 속도가 자연 소멸 속도보다 100배나 빨 라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기후변화가 이를 가속화하여 동물 20종 중 한 종 (5%)은지구온난화,이한가지요인때문에멸종될상황에놓여있고,해상어류의1/4이머무는산 호초도99%이상훼손이우려되고있다.이제생물다양성손실은향후10년간인류에게가장큰리 스크로 꼽히는 상황이다.

 

생물다양성 손실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지만, 인간의 사회와 경제 활동이 본질적으로 여기에 크 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WEF의 연구 결과를 보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의 절반이 넘는 44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 창출이 자연과 생태적 서비스(생태계가 경제 등 인류 활동 에 주는 혜택)에 크게 기대고 있다. 의존도가 높은 3대 산업은 건설(4조 달러), 농업(2.5조 달러), 식음 료(1.4조 달러) 순이며, 화학, 항공, 여행, 부동산 등 6개 산업의 공급 체인이 창출하는 총부가가치의 절반 이상이 자연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자연의 기여도가 큰 만큼 생물다양성이 흔들리 는현상은곧경제및경영리스크로이어지게된다.

기업이 직면하게 될 리스크와 경제 충격

 

생물다양성 손실이 가져오는 기업 리스크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물리적 리스크’는 생 태계서비스에문제가생겨기업이받는물리적충격을말한다.곤충에의한수분감소로농업부문에 서 재무적 손실이 발생하는 게 대표적 예다. 두 번째는 ‘전환 리스크’로 기업의 경영전략이 생물다양 성을회복시키기위한정부규제,기술발달,시장및소비자의변화등사회흐름과어긋남에따라발 생하는위험이다.예컨대새로운세금부과나기존보조금폐지등규제와정책개입으로기업의자산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또 대체육과 대체 어류가 육류를 빠르게 대체하는 것처럼 신상품과 신기술의 등장으로 기업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생물다양성 훼손으로 기업의 평판이 악화되는 것도 전환 리스크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시스템 전반이 붕괴되어 일어나는 ‘시스템 리스크’다.

 

결국 생물다양성 손실을 방치하면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은행은 자연이 제공 하는 생태적 서비스가 붕괴되면 오는 2030년까지 매년 글로벌 GDP가 2.7조 달러씩 줄어들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충격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매사추세츠 등 대학 연구진의 분석 결과, 꽃가루받이를 하는 곤충이 크게 줄면서 과일, 야채, 견과류 생산이 3~5% 감소하고 이로 인한 식량 부족과 질병 발 생으로 전 세계 사망자가 42만 7천 명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생물다양성 손실로 인한 경제의 악영향이 우려됨에 따라,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 한 국제적 논의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먼저 국가 간의 협의 테이블에서 중요한 분기점은 지난해 12월 20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다. 196개국이 참 가한 이 회의에서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 전략 계획인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GBF)가 채택됐다. GBF의 핵심은 2050년까지 ‘자연과 조화로운 삶’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고, 이에 앞서 2030년까지 ‘30×30’ 목표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30×30’은 육상과 해상의 각각 30%를 보전· 관리한다는 내용으로, 다시 말해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손실을 중단시키고 회복시켜 ‘네이처 포지 티브(nature-positive)’를 이루겠다는 로드맵이다.

 

 

국제 사회와 민간 투자자들의 대응 전략

 

이와 별도로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기업의 부정적 영향을 줄여나가기 위한 민간의 보폭도 커지고 있 다. 이 대열에는 기후변화와 ESG처럼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생물다양 성을 기후변화와 같은 기업의 리스크로 보고, 상황이 나빠지면 피투자기업의 재무 상태가 악화해 자 산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기관투자가들은 ‘네이처 액 션 100’이라는 연합체를 출범시켰는데, 이들은 100개 핵심 기업을 선정해 해당 기업이 자연을 보호 하고 회복시킬 방안을 내놓도록 압박해간다는 계획이다. 투자자들의 움직임과 관련해 눈여겨볼 것은 ‘자연자본?이라는 개념이다. 즉 자연도 공장이나 기계처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만큼 자본으로 봐 야한다는것.따라서숲,해양,물등자연자원뿐만아니라생태계를지탱하는생물다양성도자연자 본에 포함되어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자연자본에 중대하 게 의존하는 만큼, 이를 기업이 지속가능한 중장기 재무 이익을 창출하는 요소로 본다고 강조한다.

 

투자자들이 특히 주안점을 두는 것은 자연과 관련된 공시제도의 도입으로, 현재 TNFD(자연 관련 재 무 공시 태스크포스)가 운영되고 있다. TNFD는 블랙록,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금융기관과 기업 등 이 참여하고 있는데 기후 관련 공시 프레임워크인 TCFD와 유사한 틀로 만들어지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자연 관련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측정지표와 목표치를 공시하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TNFD는 지난 9월에 공시 최종안을 내놓았다. 이는 앞으로 기업이 자연에 대한 영향과 의존도, 그리 고 리스크와 기회를 공시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임을 예고해준다. 특히 글로벌 자금의 흐름이 자연을 회복시키는 네이처 포지티브 쪽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아직은초기단계에머문기업의인식

 

그렇다면 현재 기업들은 생물다양성 이슈에 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생물다양성 손실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발걸음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보다는 폭넓은 논의와 공감대 확 보에 시동이 늦게 걸렸기 때문이다. 맥킨지가 포츈 글로벌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생물다양성 손실에 대해 인지하고 목표치를 정한 기업은 5%에 불과하다. 하지만 생물 다양성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은 점점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CDP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 답 대상 중 31%의 기업이 생물다양성 관련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으며, 25%는 향후 2년 안에 그 렇게 할 계획이라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기업이 생물다양성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생물다양성 리스크에 대한 노출을 줄여나가면서 네이처 포지티브를 지향하는 이상(理想)을 어떻게 경영에 내재화해 나갈 것인가 하는 데 있다. 세계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는 이와 관련해 ‘네이처 포지티브 로드맵’을 기업에 제시한다. 이 로드맵의 특징은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 워크의 실행을 돕기 위해 기업용 ‘자연 행동 프레임워크’ 를 제시했다는 데 있다.

 

WBCSD는 이 로드맵에서 네이처 포지티브로 가는 네 단계의 길을 제시한다. 첫 번째 단계는 ‘평가 (Assess)’로, 중대한 이슈에 대해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자연에 대한 영향과 의존도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영향과 의존도를 선별해내기 위해 부문별 중대성 평 가 등이 이뤄져야 한다. 다음 단계는 ‘약속(Commit)’이다. 이 단계에서는 네이처 포지티브에 기여하 기 위해 과학에 기반을 둔 투명하고 구체적인 목표치를 세워야 한다. 특히 2030년까지 네이처 포지 티브를 달성하기 위해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세 번째 단계는 ‘혁신(Trans)’이다. 이 단계에서 기업들은 밸류체인에 대한 영향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경영시스템을 네이처 포지티브라는 목표에 맞춰 혁신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공시(Disclose)’다. 말 그대로 자연에 대한 전략, 리스크 관리, 지배구조, 그리고 목표 달성 정도 등을 투명하게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 해서는 TNFD 등의 활용이 권고되고 있다.

 

 

새로운 기회가 될 생물다양성 경영

 

ESG 등급 평가기관인 서스테이널리틱스도 5단계의 기업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 단계는 밸류 체인 전반에 대해 생물다양성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생물다양성 손실의 완화 목표 를세우는것이다.세번째단계에서기업은목표달성을위해포괄적인액션플랜을실행에옮겨야한 다. 전략과 경영계획을 구체화하고 서식지 파괴, 자연의 과잉 이용, 오염, 침입 외래종 등 생물다양성 손실을 가져오는 각각의 요인들에 대해 세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네 번째 단계에서는 생물다양성에 관한 기업 지배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생물다양성 리스크와 기회를 관리하기 위한 견실한 지배구조 를 세움으로써 생물다양성 관리에 대한 초점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는 생물다양성 이슈를 모니터링하고 보고하는 단계다.

 

생물다양성 손실에 대한 대응은 자연을 회복시키면서 경제와 기업의 리스크도 줄이고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요한 점은 생물다양성을 중시하는 경영이 기업에 새로운 기회 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자연 친화적 경영이 이루어지면 2030년까지 매년 10조 달 러의 새로운 기업 가치가 만들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제는 더 이상 기업이 자연을 회복시키는 일이 단순히 자연보호 활동이라는 사회적 책임 활동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본질적인 변화를 주는 중대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자연을 지키는 일이 기업의 미래에 중요한 열쇠를 쥔 핵심 전략과 행동 계획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