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기부금 100억 클럽]①
대기업, 순익 줄었지만 기부금 늘렸네
삼성, 2000억대 기부로 압도적 1위…전년비 기부 증가율 1위는 교보생명
재계에서 ‘ESG경영’(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은 점점 보통명사로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그만큼 ESG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 중에서도 사회적 책임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데이터 중 하나가 바로 기부금이다. 웬만한 대기업에서는 매년 기부금을 어느 정도로 했는지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 등에 해당 금액을 기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지난 한 해 기부금은 이전 해보다 늘었을까, 줄었을까. 이코노미스트 데이터 랩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최근 2년 간 기부금 변동 현황을 살펴봤다.[편집자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들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은 2021년 대비 2022년에 당기순이익(순익)은 감소했지만 기부금은 오히려 늘려 사회적 책임에 더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주요 대기업 400여 곳의 기부금 변동 현황을 살펴보니 2021년 대비 2022년 사이 순익은 9조원 가까이 줄었지만 기부금은 오히려 500억원 이상 늘렸다. 2021년과 2022년에 기부금이 1000억원을 넘는 곳에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가운데, 지난해 기부금이 100억 원을 넘는 이른바 ‘C-100 클럽(Club)’ 기업은 37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30곳은 최근 2개 년 연속 기부금이 1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7곳은 2022년 기부금 규모가 100억원을 상회했다.
이코노미스트 데이터 랩은 ‘국내 주요 대기업 2021~2022년 기부금 변동 현황’을 조사했다. 대상 기업은 국내 상장사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지정한 82개 대기업에 속한 비상장사 및 주요 은행 등 총 5000곳이다. 1차로 5000개 기업 중 매출 규모에 상관없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500억원 이상 되는 기업 418곳을 먼저 선정했다. 영업이익이 500억원 이상되는 418곳 중에서도 기부금을 정기보고서 등에 공개한 389곳을 최종 조사 대상 기업군에 포함했다. 기부금 액수는 2021년과 2022년도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보고서 등을 참고했다. 기부금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이다. 조사 결과,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389곳의 2021년 매출 규모는 1626조4769억원이었지만 2022년에는 1956조6069억원으로 1년 새 20.3%나 덩치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0조2750억원에서 182조278억원으로 1조7528억원 이상 증가했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1% 정도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순익은 157조3942억원에서 148조6391억원으로 8조86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이런 와중에도 기부금 지출은 1조8078억원에서 1조8653억원으로 1년 새 575억원 이상 증가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2021년 대비 2022년 회사 곳간은 다소 줄었지만 기부금은 더 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좀 더 앞장섰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있는 대목이다.
실제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389개 기업 중 2021년 대비 2022년에 기부금을 늘린 곳은 245곳으로 63%나 차지했다. 조사 대상 기업 10곳 중 6곳은 기부금을 늘린 셈이다. 반면 144곳은 기부금 다이어트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부왕은 삼성전자…증가율 1위 교보생명
이번 조사 대상 400여 곳 기업 중 지난해 기부금이 100억원을 넘는 기업은 37곳이었다. 여기에는 한국전력공사(한전)처럼 지난해 기부금이 365억4700만원으로 100억원을 넘겼지만, 영업손실을 본 기업은 제외됐다. 한전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33조9085억원 수준이었다.
앞서 파악된 37개 기업 중 지난 한 해 기부금이 1000억원 이상인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기부금은 사업보고서 기준 2203억900만원이다. 이는 2021년 기부금 1954억5700만원 보다 248억5200만원 많은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조9931억원에서 25조3193억원으로 20.9%나 감소했고, 순익 역시 30조9709억원에서 25조4187억원으로 17.9%나 하락했다. 영업이익과 순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사회적 책임과 직결되는 기부금 지출을 오히려 더 늘린 셈이다.
삼성전자의 최근 10년간 기부금 지출 금액은 2조8800억원 이상으로 3조원에 근접했다. 2013년에는 4052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지출한 것을 비롯해 ▲2014년(3157억원) ▲2015년(3748억원) ▲2016년(3345억원) 등 3년 간 매년 3000억원대 상당의 기부금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2017년(2504억원) ▲2018년(2500억원) ▲2019년(2878억원) ▲2020년(2547억원)에도 2000억원대 기부금을 유지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는 네이버가 773억6800만원의 기부금을 내며 2위를 차지했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에도 902억9700만원으로 삼성전자 다음으로 기부금 규모가 컸다. 하지만 네이버의 기부금은 2021년 대비 2022년에 129억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순익이 1조5247억원에서 1조921억원으로 1년 새 28.4% 줄면서 기부금도 10% 넘게 깎인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를 제외하고 2022년 기부금이 500억원이 넘은 기업은 KB국민은행(622억2200만원)과 SK하이닉스(577억2800만원) 두 곳이다.
KB국민은행은 영업이익이 2021년 3조4897억원에서 2022년 4조3289억원으로 24% 증가했다. 순익도 2조5633억원에서 2조9082억원으로 13.5%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익 모두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기부금은 거꾸로 131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12조1833억원에서 7조7709억원으로 37.1% 감소했다. 순익은 9조5672억원에서 2조7904억원으로 70.8% 고꾸라졌다. 순익이 크게 감소했지만 기부금은 1년 새 22억원 정도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순익이 70% 넘게 줄어든 것을 고려해보면 기부금은 상대적으로 덜 줄인 셈이다.
2022년 400억원대 기부금을 지출한 곳은 6곳으로 조사됐다. ▲LG생활건강(485억8700만원) ▲포스코(479억6000만원) ▲현대자동차(461억3800만원) ▲하나은행(422억8300만원) ▲우리은행(421억4500만원) ▲신한은행(407억6200만원)이 이들 그룹군에 포함됐다.
이들 기업 중 현대자동차와 우리은행은 2021년 대비 2022년 기부금이 50억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의 2021년 기부금은 380억원인데 1년 새 81억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343억원에서 기부금이 78억원 늘었다.
200억~300억원대 기부금을 낸 곳은 11곳이다. 300억원 넘게 기부금을 쓴 곳으로는 교보생명(389억4700만원)이 나홀로 이름을 올렸다. 교보생명은 2021년 기부금이 72억7500만원으로 100억원 미만 수준이었지만 2022년에 기부금을 크게 늘려 300억원대 기업군에 포함됐다.
이외 200억원대로 기부금을 쓴 그룹은 ▲삼성디스플레이(276억2100만원) ▲HMM(266억8900만원) ▲기업은행(263억2800만원) ▲삼성생명(252억4700만원) ▲SBS(246억600만원) ▲기아(243억6500만원) ▲두나무(229억921만원) ▲강원랜드(224억3600만원) ▲SK E&S(223억4500만원) ▲LG화학(200억2300만원) 등이다.
앞선 기업 중 HMM은 2021년 기부금 규모가 7100만원으로 1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022년 260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기록하며 증가율이 3만7490.1%에 달했다.
2022년 기부금 규모가 100억원대를 보인 곳은 모두 16곳이다. 이 중 150억원 이상 기부금을 썼다고 보고한 곳은 6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카카오(182억9900만원) ▲에스케이엔무브(172억1600만원) ▲에스케이트레이딩인터내셔널(161억원) ▲현대모비스(156억4800만원) ▲한국가스공사(154억6700만원) ▲포스코인터내셔널(153억7800만원) 등이 속했다.
이외 100억원대 기부금을 지출한 곳은 ▲E1(138억7400만원) ▲CJ제일제당(133억4600만원) ▲하나금융지주(133억3300만원) ▲장금상선(126억9700만원) ▲아모레퍼시픽(123억500만원) ▲SK(122억8200만원) ▲SK텔레콤(114억4200만원) ▲KT(105억7600만원) ▲이마트(101억6900만원) ▲SNT모티브(100억7700만원) 등이다.
기부 100억 클럽 제외 7곳…KT&G·호반건설·S-Oil 등
이번 조사 대상 기업에 포함된 389곳 중 2021년 기부금이 100억원이 넘는 곳은 2022년과 마찬가지로 37곳이다. 하지만 이 중 7곳은 2022년에 기부금이 100억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케이티앤지(KT&G)의 2021년 기부금은 401억7800만원이었지만, 2022년 52억350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다만 KT&G는 2021년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등에 상생협력기금 350억원을 출연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이 출연금액분만큼 기부금이 빠지면서 하락율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 ▲호반건설(2021년 기부금 209억8400만원→2022년 기부금 4억8400만원) ▲S-Oil(177억3300만원→70억5300만원) ▲현대건설(135억7600만원→82억300만원) ▲쌍용씨앤이(125억5600만원→80억500만원) ▲DB하이텍(102억100만원→50억9700만원) ▲NH투자증권(100억3700만원→31억6400만원) 등도 2021년에는 기부금이 100억원을 넘겼지만 2022년에는 100억 클럽에서 제외됐다.
한편 이번 조사 대상 400여 곳의 2021년 기준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1%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수치는 2022년에도 거의 대동소이했다. 순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2021년 1.1%에서 2022년에는 1.3%로 1년 새 0.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부금이 100억원 이상되는 기업 중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10%를 넘긴 곳은 4곳 있었다. SBS는 2022년 영업이익 1433억원을 기록했고 기부금은 240억원을 냈다.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17.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삼성생명은 2146억원이 넘는 영업이익 중 250억원 이상을 기부금으로 내며 11.8%를 기록했다.
LG생활건강도 4282억원이 넘는 영업이익 중 11.3%를 기부금으로 썼다. 강원랜드도 지난해 영업이익은 2179억원을 훌쩍 넘겼는데 이중 10.3%를 사회적 책임에 해당되는 기부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웰푸드는 2022년 기부금이 100억원에 못 미쳤지만, 808억원이 넘는 영업이익 중 10%에 해당하는 80억원 상당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출처]: 2023년 11월 6일,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삼성·네이버·KB’ 지난해 기부 TOP3…‘100억 클럽’ 가입 37곳[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
[기사원문]: ‘삼성·네이버·KB’ 지난해 기부 TOP3…‘100억 클럽’ 가입 37곳[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 (economist.co.kr)